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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법에 대해서


왜 필요한가?
서점에는 수 없이 많은 책들이 있다. 경제경영서의 경우 하루에 10권 이상 출간된다고 하니 1년 동안 출간되는 경제경영서는 3600권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테크 분야는 연간 1만권 이상이 출간되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판매가 가능한 도서는 350만 권에 이른다고 한다. 이 정도의 숫자라면 서점에 가서 무슨 책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는 큰 고민거리에 해당된다. 책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야 많지만 책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달음을 얻기 이전에 내가 무슨 책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책을 봐야 지금 내가 고민하는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디선가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미디어에서는 매주 좋은 책이 ‘나왔다’라며 신문과 방송을 통해 설명을 하곤 하지만, 그 책이 내게 맞는 책인지 아닌지를 가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책을 선택해 보아도 내 상황에 맞는 책인지, 혹은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분야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지만 우리들의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내게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며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CEO들은 리더십과 관련해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기업 임원들은 지금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서 또, 회사의 미래 전략을 위해서, 그리고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취업 준비생은 입사를 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묻곤 한다. 내가 책과 관련한 일들을 하고 있고 책 관련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하고 있으니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은 것인지 의견을 듣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렇게 질문을 해 오게 되면 늘 무슨 답을 해주어야 하나 난감하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 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쉬운 책을 추천해주면 상대방은 자기 수준이 그것 밖에 안 되는 것 같으냐며 반문하기도 하고, 반대로 어려운 책을 추천해 주면 읽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기분 상하거나 부담되는 책은 좋던 인간관계도 서먹해지게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은 책 고르는 몇 가지 기준만을 알려주는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쉬운 책을 보라고 권한다. 쉬운 책이란, 충분히 흥미를 가질 수 있고 재미를 가지고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책을 말한다. 책이 어려우면 더 읽기 싫은 법이다. 배움처럼 느끼지 않고 쉽게 읽히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좋다는 말이다. 대신 절대 시중 서점에서 말하는 베스트셀러에서 고르지 말라고 덧붙인다. 물론 베스트셀러를 읽어서 특별히 해가 될 염려는 없다. 하지만 베스트셀러에만 탐독하다 보면 자칫 책을 보는 기준이 파퓰리즘에 빠지게 될 수 있고, 세상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좋아하는 트렌드만을 읽게 되기 때문이다. 
나도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살펴보기는 하지만, 직접 책을 사서 읽어보지는 않는다. 대충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구나.” 라고 하는 것으로도 간혹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세상의 트렌드를 읽어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구매는 베스트셀러가 아닌 구간에서 주로 책을 찾는 편이다.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지만 오래된 책들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이상하게도 새로 나오는 책들은 너무 얄팍하고 상술에 뒤덮여서 오히려 애독자들의 반감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는 약 6천 권 정도의 책을 읽은 것 같다. 회사 책장에 있는 책이 2만 권 정도가 되니까 그 중 3분의 1은 읽은 셈이다. 6천 권 읽었다고 해서 많이 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책을 생각하면 아주 적은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책을 읽는 숫자에 비례해서 더 지혜로워 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실제 책을 쓰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책은 한 사람의 삶의 철학이면서 자기 자신과도 같은 분신이다. 책을 쓰면서 대충 쓰는 사람도 없다. 자기 혼신의 힘을 다해서 책을 쓰는 것인데, 우리는 정말 값싸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 것이 바로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진정한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작업인 셈이다. 
그러나, 독서와 관련해서 무작정 “쉬운 책부터 읽어라.”라는 이야기로 독서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남는다. 이미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책들이 존재하고 앞으로도 수 없이 많은 책들은 출간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나름대로의 명확한 기준을 갖지 않고서는 밀려드는 홍수 속에서 마실 물이 없는 것처럼 수 많은 책 속에서 그 어떤 책도 고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독서법
세상에는 수 많은 독서법이 있다. 속독법과 정독법은 이미 옛말이고, 실용독서법과 생존독서법 등 갖가지 이름이 붙은 독서법들이 많이 있다. 책을 읽는데 왜 이렇게 많은 방법들이 필요할까를 생각해 보자.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말한 대로 수 많은 책들 중에서 내게 맞는 책을 잘 고르고 그 책을 읽어내기 위한 방법인 셈이다. 속독법이 유행했던 시절에는 선택의 기준 같은 것은 없고 무작정 빨리 읽어내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우리의 눈은 매우 피곤했다. 속독법에 반대되었던 정독법은 하나 하나 곱씹어가면서 읽어내는 것이 독서의 진수라고 했다. 때문에 우리의 엉덩이는 더 무거워졌고 지구력은 한없이 필요했다. 반면 최근의 독서법들은 주로 목적에 초점을 맞춘다. 실용이나 생존을 이유로 드는 것은 그런 측면을 반영해 준다. 

나는 균형감각을 앞세운 새로운 독서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독서법은 먼저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를 명확히 알고, 그 목표에 맞는 책을 분야별로 선택해서 분석과 비판을 통해 지식을 습득해 가는 과정을 말한다. 한마디로 독서에서의 균형감각을 찾는다는 말인데, 이 균형감각은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내게 맞는 책, 내게 맞는 지식을 찾을 수 있고 그 책을 통한 지식습득을 통해 목표를 이루어낸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균형감각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 보자. 우선 우리 사회에는 수 없이 많은 책들이 분류체계를 가지고 서점에 배치되어 있다. 교보문고 기준으로 본다면 23개의 분류가 있고, 매년 각각의 분류 중에서 베스트셀러가 1500 권 정도가 배출되곤 한다. 물론 이 모든 책들을 모두 볼 수는 없만, 우리 실생활에 매우 필요한 분야를 선택할 수 있다. 가령, 국제정치경제금융, 리더십, 트렌드, 재테크, 자기계발, 인문과 역사, 미래학, 심리학, 심리학, 융합과 크로스오버의 분야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에 필요한 항목들이다. 그러나 이런 책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국제정치경&금융은 어려운 분야라고만 생각했지 그 분야가 내게 왜 필요한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배운 바가 없다. 또, 서점에서는 심리학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곤 하는데 그 책들이 왜 필요한지, 심리학으로 볼 수 있는 프레임과 세상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아는 바가 없다. 독서의 균형감각을 갖기 위해서는 이 모든 분야의 책들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꾸어놓는다는 말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미 그런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서점에서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을 찾았다고 한다면 로또의 확률만큼이나 어마어마한 확률게임이다. 세상에는 수 없이 많은 책과 사상이 있고, 그 책들은 한 권의 책으로 통합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때문에 우리는 많은 책을 봐야 하고, 그 가운데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 또 그 균형감각은 책을 읽는 분야에 대한 균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읽어내는 책들 중에서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균형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기호와 기표가 난무하고 이데올로기의 충돌이 심각하게 드러나는 요즘 세상에서는 내가 어떤 지식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독서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북세미나닷컴 지식Library에서 독서법에 대한 강의 곧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