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자를 만나다

내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공통점

약 15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항상 '이팔청춘이야! 젊을 땐 뭐든지 하는거야!' 이런 말들을 주위의 어른들로부터 쉽게 듣곤 했다. '하면 뭐든지 돼! 안돼는 건 없어!' 이런 말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당연 시 되는 그런 말들이었다. 그러나 2008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선진국 반열에 접어들고 글로벌화가 가속화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생각은 조금 달라진게 아닌가 싶다. "어 반갑다. 친구야. 잘 지내니?. 그래 직장은 어때?. 연봉은 얼마니?, 5일근무제야? 야근수당은? 정년은 길어? 일은 편하니?"등  안전성과 보장성에만 치우친 젊은이들의 관점이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이런 현실속에서도 자기만의 꿈과 열정을 갖고 누가 아무리 뭐래도 그 길로만 가는 젊은이들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젊은이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출간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바로 박근영 작가이다.

'청춘사용설명서'의 저자 박근영과의 인터뷰 속으로 들어가보자.
 

Q. 내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공통점

자기가 자기 일을 스스로 열어가는 사람들이었어요. 남이 그 길을 보여주거나 열어준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하미현이라는 친구는 정말 우리사회에서 보면 쉽게 유학을 갈 수 있는 친구가 아니에요. 왜냐면 당시에 상황이 어려웠고 정말 딱 28만원 들고 파리에 가서 자기가 원하던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거거든요. 부모로부터 아무 도움도 받지 않았어요.

그리고 여기 나오는 대다수의 친구들이 부모로부터 받은 도움이 없어요. 자기가 다 거기까지 온 친구들이고요. 그런 부분을 되게 높이 평가할 만한 부분이라고 느꼈고 그렇게 오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이 다치기도 했고 그리고 어른들의 고정관념과 사회적인 가치들과 많이 싸웠던 친구들이에요. 지금도 싸우고 있고요.

김태환이라는 친구는 제가 개인적으로도 아는 친구지만 그 친구 같은 경우에도 제가 봐 왔을 때 되게 힘들게 그 자리까지 온 것이죠. 예를 들어 포토그래퍼다.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좀 여유가 있어서 사진학과 갔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거든요. 자기가 정말 미친 듯이 좋아서 했었고 하는 과정에서 ‘네가 뭐가 잘나서 남들과 다르게 찍으려 하느냐?’ 는 소리도 수십 번씩 들었던 친구고요.

그런 다양성들. 프랑수아나 재연이 살아가는 방식도 그렇고 김반장이 말하는 목소리들도 그렇고 한영진이라는 친구가 운동에 목숨 걸고 정말 어릴 때부터 자기가 좋아서 했던 것도 그렇고요. 저는 이런 것이 되게 귀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청춘을 사용하는 방식
 
자신이 가진 것을 누르고 자꾸 이 사회가 요구하는 데로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 예를 들어 은행에 다니는 친구라든가 컴퓨터와 관련 된 직장을 가진 친구라든가 이런 친구들을 만났을 때 늘 항상 자기 직장이나 일에 대한 불만이 있어요. 힘든 거예요. 사실 힘들 수밖에 없고요. 사회에서 요구하는 많은 것들이 젊은 사람들을 되게 지치게 하는 구조에요.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라는 것도 지겹고 자꾸 성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지겹고요. 쉴 틈을 주지 않은 채 자꾸 달리라고 종용하는 것도 저는 지겨워요. 옆에서 보고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혀요. 그런 속에 있다 보니까 분명 꿈도 많고 가진 것도 많은 친구인데 늘 사각의 틀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야기하면 되게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데도 항상 자기 인생에 대한 불만, 나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어요. 더 많은 사람을 만났다면 그 속에서도 되게 즐겁고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방식인 것 같아요. 내 젊음을 어떤 방식으로 쓸려고 하는가의 차이인 것 같거든요. 이왕이면 좀 더 재미있게,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어떤 방식이든지요.




Q. 성공의 기준을 바꿔라?

예전에는 정말 먹고 살려고 허리띠를 졸라매셨어야 했잖아요. 그래서 아마 가치기준이 성공이라든지 이런 말들이 어른들 뇌리에는 굉장히 깊숙이 박혀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선거 포스터 같은 것을 봐도 ‘성공합시다.’ 이런 말이 적혀있고 저는 개인적으로 그 말이 참 싫거든요. 그 말이 하나도 재미없고 신선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자극을 주지도 않아요. 그 말은 공허한 메아리 같이 들릴 뿐이거든요. 이제는 ‘우리 허리띠 졸라매고 성공합시다.’ 의 개념이 아닌 것 같아요.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고 꿈이 있으면 남들이 그것을 성공으로 보던지 보지 않던지, 그게 사회적으로 지위를 나에게 허락하던지 하지 않던지 자기 것을 생각해서 가는 거죠. 자기 자신의 신념이라든지 꿈,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분명 있을 텐데 그것을 사회에게 우리에게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서 그렇게 가야한다는 것은 지겨운 거죠. 그렇게 가는 과정에서 정말 내 삶이 행복하고 풍요롭고 약간 노래하듯이 그렇게 가는 것이 아니라 얼굴 찌푸리고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너무하죠. 어차피 우리는 오래 못살잖아요. 그리고 왜 꼭 젊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가라는 식으로 요구하는지 모르겠어요.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해 약간의 경건함이 있어요. 제가 볼 때 모든 사람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 들어 부모님을 생각하는 지극함일 수도 있고 아니면 친구를 생각하는 지극함일 수도 있고 지극함이 다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지극함을 가지고 가는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보면 맞는 삶이잖아요. 날라리처럼 산다고 해도 즐겁게 재미있게 남들이 뭐라고 하던 자기가 살고 싶은 데로 살아보고 거기서 내가 이것만은 꼭 가지고 가야하겠다는 것이 있다면 그것 하나는 좀 가져가려는 순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누구도 판단할 것이 아니고 뭐라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요. 이제는 제가 보기에 누구는 잘 나서 성공하고 누구는 못 나서 저렇게 산다는 개념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여행하다 보면 그런 것이 있잖아요. 나는 짜증나서 걸어가고 있는데 옆에서 청소하는 아줌마는 뭐가 저렇게 즐거워서 노래를 부르면서 청소를 하는지 나는 짜증이 나는데. 자기가 뭐 하고 있어도 그렇게 즐거우면 되죠. 그런데 성공했다고 TV에 나오시는 분들 보면 정말 얼굴이 불행해 보이거든요. 하나도 행복해 보이지 않고 ‘저 양반은 심경이 복잡하신가보다. 좀 속이 안 좋으신가보다.’ 이런 생각이 드는 얼굴들이 많아요. 그게 좋아 보이는 삶인가요?




Q. <청춘사용설명서>의 집필동기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제가 만난 젊은 친구들이 되게 재미있었고요. 물론 저도 늙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제가 생각했던 방식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봤어요. 그게 되게 제 흥미를 끌었고요. 그리고 보니까 저도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중에 하나더라고요. 그런 것들에 재미를 느끼면서 어느 출판사에 에디터를 만났을 때 이런 인터뷰집이 나오면 되게 재미있을 거라고 얘기 했는데 그분이 ‘그러면 당신이 쓰시죠.’ 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사실 좀 귀찮아서 ‘내가 이걸 써야하나?’ 라고 생각하다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것이 나올 수 있겠다 싶었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먹고 살려고 대필도 했었고 여러 가지 인터뷰에 관련 된 일들을 계속 했었는데 사실 큰 재미를 못 느꼈어요. 물론 돈 버는 일이 항상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이나 상대를 만났을 때 그 사람들에게 흥미를 가질 수 있고 솔직한 대답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게 되게 좋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어떤 선이 있고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포장해야 하는지 잘 아세요. 그럼 참 재미가 없어지거든요. 그래서 포장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대단히 유명인사도 아니고 굉장히 성공한 사람들도 아니지만 자기분야의 일에서 뿌리를 내리고 되게 열심히 해보기도 하고 그러다 울어보기도 하고 아파보기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이가 많은 분들보다는 지금 자기 길을 향해서 가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사람들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청춘사용설명서>의 독자분들에게

영화평론가들이 영화 볼 때 마음 편하게 못 보는 것처럼 보시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이건 인터뷰집이잖아요. 그 친구들의 목소리거든요. 제가 처음에 인터뷰집을 쓰면서 마음먹었던 것이 그 친구들 이상으로 포장하지 말자는 것이 제 결심이었고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모자란 부분은 모자란 데로 나가자. 아직 가고 있는 사람들이고 가야할 길이 많이 남은 사람들인데 처음부터 인터뷰를 할 때 이 사람들이 대단한 철학이나 상념들을 이야기해 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자기 안에서 자기가 겪어온 만큼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해주면 가장 좋은 인터뷰집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아마 인터뷰집을 보면 더 깊게 들어갔으면 좋았을 부분도 있을 것이고 그냥 여기까지가 한계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게 그 친구들의 현재의 모습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이 친구들을 만약 10년 뒤에, 20년 뒤에 다시 인터뷰한다면 좀 더 다른 말이 나오겠죠. 그런데 지금은 제가 느낀 만큼 그리고 그 친구들이 느끼고 살아온 만큼 답변해준 만큼이에요. 그냥 편안하고 즐겁게 다른 친구들을 내가 본다는 마음으로 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청춘사용설명서
카테고리 시/에세이/기행
지은이 박근영 (갤리온, 2008년)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