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뉴스를 보는 것이 두렵다. 어떻게 해야할지 말이다.
언제는 주식을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더니 이제는 주식을 했던 사람들이 바보가 된듯 하다.
넘쳐나는 경제정보가 있지만 내가 필요한 것은 지금의 위기를 좀 더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인데 아직까지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건지 말이다.
이번 인터뷰는 <거짓말 경제학> 저자 최용식님이다.
이 책은 MB노믹스부터 ‘나쁜 사마리아인들’까지 경제 현실을 오판하게 만드는 경제학에 직격탄을 날리며, 난무하는 위기설 속에 마비된 한국인의 ‘경제판단력’을 되살려 내고자 한다.
Q. 환율은 얼마가 되어야 적당할까?
우리나라 수출 구조가 참 재미있어요. 환율이 떨어지고 우리 원화가 강세라는 이야기는 수출하는 업체들이 손해를 봐야 하잖아요. 과거에 예를 들어서 2001년도에 우리나라 환율이 1,326원이었는데 작년 말에는 900원대까지 떨어졌거든요. 그럼 100달러짜리 수출을 하면 132600원을 벌 수 있었는데 작년 연말 같은 경우는 90,000원밖에 벌 수 없는 거예요. 그만큼 손해를 보는 거죠.
근데 수출은 2배 반 늘었어요. 환율이 떨어질 때는 희한하게 수출이 잘 되요. 그럼 기업 경영수지가 아주 호조를 보여요. 계속 개선이 되요. 우리 기업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기업경영수지를 사상 최고로 계속 갱신해왔잖아요. 희한한 얘기죠. 반면에 환율이 오르고 우리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은 오히려 죽어요. 대체적으로 그럴 때는 세계 경기가 어려울 때거든요. 세계경기가 어려울 때 우리가 수출을 많이 늘리면 어떻게 되요? 수량이 많이 나가면 가격이 폭락하죠. 가격이 폭락해서 오히려 수출 금액이 떨어지는 거예요.
그 밖에도 우리나라 원화가치가 오를 때 수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우리나라 수출품들은 싸구려 상품이 아니에요. 옛날에는 우리나라에서 예를 들어 100달러짜리 TV를 수출했다고 하면 미국의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에서는 99달러에 팔아요. 미끼 상품으로 파는 거예요. 미끼 상품으로 아주 싼 게 있으니까 이걸 구경하러 와서 안에 들어가 소니나 필립스 비싼 거 사가라는 거였어요.
지금은 어때요? 우리나라의 LG, 삼성 TV가 제일 비싼 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이럴 때 가격을 떨어뜨리면 어떻게 되요? 소비자들은 품질이 떨어졌다고 생각해서 보지도 않아요. 우리나라 백화점사가 그대로 증명을 하잖아요. 화신백화점이 명동백화점을 죽이자고 해서 가격을 내렸더니 자기네들이 먼저 망했어요. 명동백화점이 미도파백화점 잘 나간다고 해서 미도파백화점 이기려고 가격 떨어뜨렸다가 망했어요. 미도파백화점도 신세계백화점과 경쟁하다가 망했어요.
롯데백화점은 교통의 요지에 있고 건물도 호텔 같이 지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신세계백화점은 남대문 저 구석에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번영을 구가하고 있어요. 왜냐? 롯데백화점이 잘 나갈 때 신세계백화점은 가격을 올렸어요. 그랬더니 소비자들이 신세계백화점 품질이 더 좋아졌나 보다고 신세계백화점을 계속 찾는 거예요.
우리나라 수출품이 그런 상황이란 말이에요. 우리나라 수출품 중에서 세계적인 명품들이 많습니다. 우리 국민들만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수출품은 선진국 국민들이 견뎌낼 수 있는 가격수준으로 계속 끌어올려 가면서 수출을 늘려가야 해요. 그래야 우리나라 수출품들이 국민소득 3만 달러, 5만 달러를 견뎌낼 수가 있어요. 그래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선두대열로 올라갈 수 있어요.
Q. 달러는 약세인데 환율은 오르고, 대책은 무엇일까?
모든 게 어떤 추세를 갖고 있어요. 관성을 갖고 있어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수출을 늘려서 경제를 살리자, 올해 최소한 6% 성장을 하자고 해서 환율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인위적으로 올렸단 말이에요. 그래서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거예요.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물가불안이 일어났어요.
사람들은 현재의 물가불안이 석유가격 폭등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이건 틀렸어요. 왜냐면 석유가격은 모든 나라에 비슷한 영향을 끼치잖아요. 그런데 지금 일본은 물가상승률이 2% 미만이에요. 서유럽은 3%대 초반이에요. 자기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진 미국과 우리나라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금 높아요. 우리나라는 5% 중반을 넘어섰단 말이에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석유가격은 2001년 19달러에서 2007년 말에 93달러까지 올랐어요. 네 배 반이 올랐다고요. 그런데 그 사이에는 물가가 안정적이었어요. 최근의 석유가격 폭등이 갑자기 물가불안을 일으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요, 실제로 우리나라의 석유수입은 약 6.2% 정도 되는데 이 중에서 수출한 것 빼고 나면 4%대 밖에 안 돼요. GDP 4%가 물가불안을 일으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잖아요.
환율상승 때문에 전반적인 수입품의 가격이 올랐고 그래서 물가가 올랐단 말이에요. 그런데 물가가 오르니까 어떤 일이 벌어져요? 국내 기업들의 경영수지가 악화되죠. 수출기업도 마찬가지고 내수업체도 마찬가지란 말이에요. 우리는 원자재를 수입해서 사는데 원자재 값이 폭등을 했으니까 생산단가가 오를 것 아니에요. 그래서 물가불안이 심해지고 기업의 경영수지는 악화되고 경제는 고개를 숙인 거예요. 그럼 성장력과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거죠.
이 상승추세가 관성에 이게 덧붙여져서 더 오르기 시작한 거예요. 여기에다 9월 금융위기설이 터졌어요. 9월 금융위기설이라는 게 정말 웃기는 거란 말이에요.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2400억 달러로 세계 6위란 말이에요.
그런데 스페인은 얼마인지 아세요?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더 큰데 200억 달러가 겨우 넘어요. 200억 달러가 겨우 넘는 나라에서는 외환위기설이 떠돌지 않는데 외환보유고 세계 6위인 우리나라에서 외환위기가 일어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잖아요. 프랑스, 영국도 다 1000억 달러도 안 돼요. 그런 나라도 금융위기설과는 완벽히 멀리 떨어져 있어요.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일어날 거리가 없었어요. 근거가 전혀 없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턱없는 금융위기설 때문에 환율이 더 올랐어요. 오늘 아침 환율로 1180원까지 갔어요. 그동안 18%가 오른 거예요.
키코라고 있죠? 환율변동에 따른 기업들의 손실을 좀 막아보자고 해서 금융선물 상품이에요. 여기 가입한 나라들은 지금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어요. 여러 업체들이 도산위기에 가 있어요.
외환선물이라는 것은 환율이 40원 변동할 때마다 이미 낸 증거금만큼 계속 내야 해요. 그럼 최근에 금융위기설 때문에 180원이 올랐는데 4배 이상의 증거금을 냈어야 한단 말이에요. 그거 다 손실로 처리 되요. 그래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예요.
환율상승은 물가불안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흑자기업들도 도산시키고 있어요. 여기에 금융위기설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단 말이에요. 좀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Q. 키코로 인한 기업과 은행의 피해에 대하여?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극단적인 제약을 받고 있어요. 달러선물밖에 안 팔아요. 또한 그 상품도 1개월물이 대부분이고 3개월물은 잘 팔리지도 않아요. 외환시장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지금 제도가 막고 있어요.
기업에게 외환거래라는 게 너무 생소해요. 그럼 누구에게 의존해야 하나? 조금이라도 해본 금융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은행이 설명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학습효과라는 게 있잖아요. 내가 직접 겪어서 손해를 봐야 배우는 것들이 있어요. 애들도 불이 뜨겁다는 걸 가르쳐도 모르잖아요. 손으로 만져서 데인다고 하면 불 근처에 절대 안 가잖아요. 마찬가지에요. 외환시장이 그렇단 말이에요. 수출기업이 아무리 장사를 잘 해봐야 환율에서 손해 보면 말짱 헛장사에요. 그럼 외환시장이 좀 더 자유로우면 그 손실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학습효과로 그 시장을 배워야 해요. 그걸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죠.
지금은 은행하고 키코 가입 회사하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데 진짜 책임은 정책 당국에 있어요. 저는 그렇게 판단해요. 지금 세계적으로 외환시장의 거래액은 무역 거래의 수십 배에요. 어쩜 100배도 넘을 거예요. 우리나라는 이 시장이 완전히 죽어 있어요. 그 밖에 국제원자재선물 시장이 있죠. 이건 거래액이 주식시장의 10배가 넘어요. 이것도 우리나라는 완벽하게 차단을 해놨어요.
우리 기업들은 완전히 온실 속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온실 속에 들어가 있으면 그 온실 속에 계속 있어야 생명을 겨우 부지해요. 온실을 걷어내면 말라죽는 거죠. 지금 그런 꼴을 당하고 있는 거예요. 키코 상품 때문에 은행은 손해를 안 봤나요? 은행도 엄청난 손해를 봤어요. 기업 못지않은 손실을 봤어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누구 때문이냐는 거죠. 저는 그 제도 때문이라고 봐요.
Q.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민영화란?
이런 말씀은 드리기 죄송한데 지금 이명박정부가 추구하는 민영화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돈 되는 것 팔자는 겁니다. 진짜 필요한 민영화 대상은 손도 안 되고 있어요. 진짜 필요한 걸 먼저 해야 해요. 돈 되는 것은 나중에 해도 괜찮아요. 공영인 상태로 나둬도 우리 국민경제에 부담이 전혀 없단 말이에요. 국민경제에 부담이 되는 쪽부터 정리해 나가는 것이 순서에요.
그리고 민영화라는 것은 모든 공기업을 비롯한 모든 공공부분을 다 민영화 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그걸 점진적으로 해가자, 아니면 억제라도 하자는 게 진짜 민영화에요. 무조건 칼질 하는 게 아니에요. 무조건 다 팔아치우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민영화가 물론 아주 중요합니다.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이것처럼 확실한 방법이 없어요.
이건 좀 비유해서 말씀을 드릴게요.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 공공부문을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며 부러워하지요? 유능한 젊은이들은 전부 다 거기를 선망하죠. 그럼 진짜 성장력과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할 민간기업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덜 유능한 사람들을 채용할 수밖에 없죠.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 성장력과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거예요. 공공부문이 신의 직장이 되면 될수록 그렇단 말이에요.
죄송하게도 이명박정부는 최근에 공공부문에서 3만~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해요. 이건 안 돼요. 민영화 효과가 하나도 없어요. 우리나라는 희한하게도 공단과 협회가 병존해요. 문예진흥공단이 있으면 문예진흥협회가 있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있으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있고 공공기관을 2~3개씩 계속 병렬로 늘어놨어요. 무슨 필요로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무역협회가 있고 무역진흥공단이 있고 이걸 왜 두 개 놔두는 거예요.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조금 나쁘게 말해서 관료들 퇴임 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자리 늘려놓은 것에 불과해요. 똑같은 일이에요. 정부가 위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다 그래요. 그런 데부터 정리를 해나가야 해죠.
문예진흥공단, 체육진흥공단을 말씀드려 볼까요? 체육진흥공단이 체육진흥 하는데 돈 얼마나 쓰겠어요? 그 조직을 유지하는데 돈을 더 많이 써요. 차라리 합병을 시켜서 진짜 체육진흥하는데 쓰는 게 훨씬 올바른 자세라고 저는 생각해요. 이런 부분부터 하는 거예요.
언제는 주식을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더니 이제는 주식을 했던 사람들이 바보가 된듯 하다.
넘쳐나는 경제정보가 있지만 내가 필요한 것은 지금의 위기를 좀 더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인데 아직까지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건지 말이다.
이번 인터뷰는 <거짓말 경제학> 저자 최용식님이다.
이 책은 MB노믹스부터 ‘나쁜 사마리아인들’까지 경제 현실을 오판하게 만드는 경제학에 직격탄을 날리며, 난무하는 위기설 속에 마비된 한국인의 ‘경제판단력’을 되살려 내고자 한다.
최용식 - 21세기 경제학연구소장. 한국경제의 예언자라 불릴 만큼 현실을 읽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정평이 난 리얼리스트 경제학자이다.
석유 값이 올라서 경제가 휘청거리는 걸까? 환율만 방어하면 수출이 잘 되는 걸까? 촛불정국을 불러온 진짜 이유는 뭘까? 일자리만 만들면 88만원 세대는 사라질까? 외환위기는 딱 한 번뿐이었을까? 신자유주의가 정말 만 악의 근원일까?
석유 값이 올라서 경제가 휘청거리는 걸까? 환율만 방어하면 수출이 잘 되는 걸까? 촛불정국을 불러온 진짜 이유는 뭘까? 일자리만 만들면 88만원 세대는 사라질까? 외환위기는 딱 한 번뿐이었을까? 신자유주의가 정말 만 악의 근원일까?
Q. 환율은 얼마가 되어야 적당할까?
우리나라 수출 구조가 참 재미있어요. 환율이 떨어지고 우리 원화가 강세라는 이야기는 수출하는 업체들이 손해를 봐야 하잖아요. 과거에 예를 들어서 2001년도에 우리나라 환율이 1,326원이었는데 작년 말에는 900원대까지 떨어졌거든요. 그럼 100달러짜리 수출을 하면 132600원을 벌 수 있었는데 작년 연말 같은 경우는 90,000원밖에 벌 수 없는 거예요. 그만큼 손해를 보는 거죠.
근데 수출은 2배 반 늘었어요. 환율이 떨어질 때는 희한하게 수출이 잘 되요. 그럼 기업 경영수지가 아주 호조를 보여요. 계속 개선이 되요. 우리 기업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기업경영수지를 사상 최고로 계속 갱신해왔잖아요. 희한한 얘기죠. 반면에 환율이 오르고 우리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은 오히려 죽어요. 대체적으로 그럴 때는 세계 경기가 어려울 때거든요. 세계경기가 어려울 때 우리가 수출을 많이 늘리면 어떻게 되요? 수량이 많이 나가면 가격이 폭락하죠. 가격이 폭락해서 오히려 수출 금액이 떨어지는 거예요.
그 밖에도 우리나라 원화가치가 오를 때 수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우리나라 수출품들은 싸구려 상품이 아니에요. 옛날에는 우리나라에서 예를 들어 100달러짜리 TV를 수출했다고 하면 미국의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에서는 99달러에 팔아요. 미끼 상품으로 파는 거예요. 미끼 상품으로 아주 싼 게 있으니까 이걸 구경하러 와서 안에 들어가 소니나 필립스 비싼 거 사가라는 거였어요.
지금은 어때요? 우리나라의 LG, 삼성 TV가 제일 비싼 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이럴 때 가격을 떨어뜨리면 어떻게 되요? 소비자들은 품질이 떨어졌다고 생각해서 보지도 않아요. 우리나라 백화점사가 그대로 증명을 하잖아요. 화신백화점이 명동백화점을 죽이자고 해서 가격을 내렸더니 자기네들이 먼저 망했어요. 명동백화점이 미도파백화점 잘 나간다고 해서 미도파백화점 이기려고 가격 떨어뜨렸다가 망했어요. 미도파백화점도 신세계백화점과 경쟁하다가 망했어요.
롯데백화점은 교통의 요지에 있고 건물도 호텔 같이 지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신세계백화점은 남대문 저 구석에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번영을 구가하고 있어요. 왜냐? 롯데백화점이 잘 나갈 때 신세계백화점은 가격을 올렸어요. 그랬더니 소비자들이 신세계백화점 품질이 더 좋아졌나 보다고 신세계백화점을 계속 찾는 거예요.
우리나라 수출품이 그런 상황이란 말이에요. 우리나라 수출품 중에서 세계적인 명품들이 많습니다. 우리 국민들만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수출품은 선진국 국민들이 견뎌낼 수 있는 가격수준으로 계속 끌어올려 가면서 수출을 늘려가야 해요. 그래야 우리나라 수출품들이 국민소득 3만 달러, 5만 달러를 견뎌낼 수가 있어요. 그래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선두대열로 올라갈 수 있어요.
Q. 달러는 약세인데 환율은 오르고, 대책은 무엇일까?
모든 게 어떤 추세를 갖고 있어요. 관성을 갖고 있어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수출을 늘려서 경제를 살리자, 올해 최소한 6% 성장을 하자고 해서 환율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인위적으로 올렸단 말이에요. 그래서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거예요.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물가불안이 일어났어요.
사람들은 현재의 물가불안이 석유가격 폭등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이건 틀렸어요. 왜냐면 석유가격은 모든 나라에 비슷한 영향을 끼치잖아요. 그런데 지금 일본은 물가상승률이 2% 미만이에요. 서유럽은 3%대 초반이에요. 자기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진 미국과 우리나라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금 높아요. 우리나라는 5% 중반을 넘어섰단 말이에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석유가격은 2001년 19달러에서 2007년 말에 93달러까지 올랐어요. 네 배 반이 올랐다고요. 그런데 그 사이에는 물가가 안정적이었어요. 최근의 석유가격 폭등이 갑자기 물가불안을 일으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요, 실제로 우리나라의 석유수입은 약 6.2% 정도 되는데 이 중에서 수출한 것 빼고 나면 4%대 밖에 안 돼요. GDP 4%가 물가불안을 일으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잖아요.
환율상승 때문에 전반적인 수입품의 가격이 올랐고 그래서 물가가 올랐단 말이에요. 그런데 물가가 오르니까 어떤 일이 벌어져요? 국내 기업들의 경영수지가 악화되죠. 수출기업도 마찬가지고 내수업체도 마찬가지란 말이에요. 우리는 원자재를 수입해서 사는데 원자재 값이 폭등을 했으니까 생산단가가 오를 것 아니에요. 그래서 물가불안이 심해지고 기업의 경영수지는 악화되고 경제는 고개를 숙인 거예요. 그럼 성장력과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거죠.
이 상승추세가 관성에 이게 덧붙여져서 더 오르기 시작한 거예요. 여기에다 9월 금융위기설이 터졌어요. 9월 금융위기설이라는 게 정말 웃기는 거란 말이에요.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2400억 달러로 세계 6위란 말이에요.
그런데 스페인은 얼마인지 아세요?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더 큰데 200억 달러가 겨우 넘어요. 200억 달러가 겨우 넘는 나라에서는 외환위기설이 떠돌지 않는데 외환보유고 세계 6위인 우리나라에서 외환위기가 일어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잖아요. 프랑스, 영국도 다 1000억 달러도 안 돼요. 그런 나라도 금융위기설과는 완벽히 멀리 떨어져 있어요.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일어날 거리가 없었어요. 근거가 전혀 없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턱없는 금융위기설 때문에 환율이 더 올랐어요. 오늘 아침 환율로 1180원까지 갔어요. 그동안 18%가 오른 거예요.
키코라고 있죠? 환율변동에 따른 기업들의 손실을 좀 막아보자고 해서 금융선물 상품이에요. 여기 가입한 나라들은 지금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어요. 여러 업체들이 도산위기에 가 있어요.
외환선물이라는 것은 환율이 40원 변동할 때마다 이미 낸 증거금만큼 계속 내야 해요. 그럼 최근에 금융위기설 때문에 180원이 올랐는데 4배 이상의 증거금을 냈어야 한단 말이에요. 그거 다 손실로 처리 되요. 그래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예요.
환율상승은 물가불안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흑자기업들도 도산시키고 있어요. 여기에 금융위기설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단 말이에요. 좀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Q. 키코로 인한 기업과 은행의 피해에 대하여?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극단적인 제약을 받고 있어요. 달러선물밖에 안 팔아요. 또한 그 상품도 1개월물이 대부분이고 3개월물은 잘 팔리지도 않아요. 외환시장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지금 제도가 막고 있어요.
기업에게 외환거래라는 게 너무 생소해요. 그럼 누구에게 의존해야 하나? 조금이라도 해본 금융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은행이 설명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학습효과라는 게 있잖아요. 내가 직접 겪어서 손해를 봐야 배우는 것들이 있어요. 애들도 불이 뜨겁다는 걸 가르쳐도 모르잖아요. 손으로 만져서 데인다고 하면 불 근처에 절대 안 가잖아요. 마찬가지에요. 외환시장이 그렇단 말이에요. 수출기업이 아무리 장사를 잘 해봐야 환율에서 손해 보면 말짱 헛장사에요. 그럼 외환시장이 좀 더 자유로우면 그 손실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학습효과로 그 시장을 배워야 해요. 그걸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죠.
지금은 은행하고 키코 가입 회사하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데 진짜 책임은 정책 당국에 있어요. 저는 그렇게 판단해요. 지금 세계적으로 외환시장의 거래액은 무역 거래의 수십 배에요. 어쩜 100배도 넘을 거예요. 우리나라는 이 시장이 완전히 죽어 있어요. 그 밖에 국제원자재선물 시장이 있죠. 이건 거래액이 주식시장의 10배가 넘어요. 이것도 우리나라는 완벽하게 차단을 해놨어요.
우리 기업들은 완전히 온실 속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온실 속에 들어가 있으면 그 온실 속에 계속 있어야 생명을 겨우 부지해요. 온실을 걷어내면 말라죽는 거죠. 지금 그런 꼴을 당하고 있는 거예요. 키코 상품 때문에 은행은 손해를 안 봤나요? 은행도 엄청난 손해를 봤어요. 기업 못지않은 손실을 봤어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누구 때문이냐는 거죠. 저는 그 제도 때문이라고 봐요.
Q.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민영화란?
이런 말씀은 드리기 죄송한데 지금 이명박정부가 추구하는 민영화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돈 되는 것 팔자는 겁니다. 진짜 필요한 민영화 대상은 손도 안 되고 있어요. 진짜 필요한 걸 먼저 해야 해요. 돈 되는 것은 나중에 해도 괜찮아요. 공영인 상태로 나둬도 우리 국민경제에 부담이 전혀 없단 말이에요. 국민경제에 부담이 되는 쪽부터 정리해 나가는 것이 순서에요.
그리고 민영화라는 것은 모든 공기업을 비롯한 모든 공공부분을 다 민영화 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그걸 점진적으로 해가자, 아니면 억제라도 하자는 게 진짜 민영화에요. 무조건 칼질 하는 게 아니에요. 무조건 다 팔아치우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민영화가 물론 아주 중요합니다.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이것처럼 확실한 방법이 없어요.
이건 좀 비유해서 말씀을 드릴게요.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 공공부문을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며 부러워하지요? 유능한 젊은이들은 전부 다 거기를 선망하죠. 그럼 진짜 성장력과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할 민간기업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덜 유능한 사람들을 채용할 수밖에 없죠.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 성장력과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거예요. 공공부문이 신의 직장이 되면 될수록 그렇단 말이에요.
죄송하게도 이명박정부는 최근에 공공부문에서 3만~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해요. 이건 안 돼요. 민영화 효과가 하나도 없어요. 우리나라는 희한하게도 공단과 협회가 병존해요. 문예진흥공단이 있으면 문예진흥협회가 있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있으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있고 공공기관을 2~3개씩 계속 병렬로 늘어놨어요. 무슨 필요로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무역협회가 있고 무역진흥공단이 있고 이걸 왜 두 개 놔두는 거예요.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조금 나쁘게 말해서 관료들 퇴임 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자리 늘려놓은 것에 불과해요. 똑같은 일이에요. 정부가 위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다 그래요. 그런 데부터 정리를 해나가야 해죠.
문예진흥공단, 체육진흥공단을 말씀드려 볼까요? 체육진흥공단이 체육진흥 하는데 돈 얼마나 쓰겠어요? 그 조직을 유지하는데 돈을 더 많이 써요. 차라리 합병을 시켜서 진짜 체육진흥하는데 쓰는 게 훨씬 올바른 자세라고 저는 생각해요. 이런 부분부터 하는 거예요.
거짓말 경제학 - 최용식 지음/오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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